좌충우돌 부동산을 알아본지도 어언 3개월.. 언제까지고 손가락 빨면서 부동산만 찾아다닐 수는 없죠. 와인과 잘 어울리면서 빠르고 맛있게 만들 수 있는 음식도 개발해야 합니다. 요리라고는 라면에 김치볶음밥 정도밖에 해본 적 없는 일곱 명의 사장은 어떻게 레시피를 개발했을까요?
어떤 식당이 매력적인가요?
당연히 음식이 기깔나게 맛있고, 재료가 신선하고, 음식이 적당한 속도로 나오면서, 음식 가격이 합리적이고, 종업원이 친절하고, 인테리어와 분위기가 좋고, 테이블 간격이 꽤 넓고, BGM이 적절하고, 조명이 적당히 어둑하면서, 교통이 편리하고, 화장실이 쾌적하고, 주차가 편하고, 사진 찍었을 때 인스타그래머블한... 그런 곳! 머릿속에 딱 떠오르는 식당이 있나요? 물론 많은 식당이 이 조건을 만족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비싸...)
어쨌든 식당의 기본은 모다? 음식의 맛이다!
(책 홍보 아님) 대기업과 맞짱 떠서 이길 수 있는 장사는 식당밖에 없다!
하지만 요리... 배워본 적은 당연하고 해 본 적도 그다지 없는 일곱 명의 예비 와인바 사장들. (물론 개중에 요리 좀 해본 사람도 있긴 합니다만) 와인바를 오픈하면 돌아가면서 근무하게 될 텐데, 누가 요리해도 감쪽같이 비슷한 퀄리티의 음식을 만들긴 쉽지 않습니다. 거기다 손님을 오래 기다리게 하면 안 되겠죠. 물론 요리왕 비룡급 특급 요리사를 고용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저랑 세대가 비슷한 분들은 알법한 요리왕 비룡... '미..미...!'
일곱잔 와인바의 레시피 기준!
1. 누구나 재연 가능한 맛으로 요리할 수 있게 2. 조리과정이 어렵지 않게 (삶은 다음 굽고, 그 다음 튀기고... 이런 건 불가) 3. 조리시간은 맥시멈 15분 4. 양념 제외하고 메인 재료가 5개 이하
레시피 개발 팀 두 명이 각자의 집에서 엄청나게 시행착오를 거친 결과! 위 조건을 만족하는 후보군을 빠방하게 만들어 옵니다. 다들 매우 칭찬해!
이아인 사장의 발표자료 일부
조르디 사장의 발표 자료 중 일부
여전히 고민은 둥둥 떠다닙니다.
안주는 몇 개 해야 하지? 방울토마토, 양상추, 과일, 연어, 아보카도, 버섯 같은 신선 식자재는 어느 정도 보관 가능하고 컨트롤 가능할까? 식자재 도매상을 써야 하나?
'연애를 글로 배웠어요'처럼 텍스트로는 간단해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구현이 어려운 메뉴는 배제해야죠. 직접 만들어보기 전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7명이 모여 요리 시연을 할만한 공간을 찾기부터 관건입니다. 레지던스는 조리환경이 열악하고, 공유 주방은 한 공간 당 수용 인원이 2명 수준. 고민만 깊어지는 와중, 지인인 논숙자('논스'라는 셰어하우스에 거주하는 사람을 지칭)가 메뉴 개발을 도와주겠다고 친히 제안합니다.
이렇게 쾌적한 공간에서 요리 시연을 할 수 있다니...!
덕분에 '논스'의 셰어 키친에서 요리 시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름도 거창한 '메뉴 워크숍'. 필요한 재료는 미리 구매하여 차에 가득 싣고, 에어프라이어도 가지고 왔습니다. 그리고 각 메뉴에 어울리는 페어링을 위해 와인도 20병가량 주문 완료. 그리고 드디어 메뉴 워크숍 당일. 무려 14가지 요리를 5시간 안에 맛보고 개선 사항을 공유해야 합니다.
이걸 다 맛봐야 한다니... 너무 좋잖아!
본격 시작, 메뉴 워크숍
레시피 개발 팀원 2명이 미리 짜 온 메뉴를 차갑고 가벼운 요리부터 따뜻하고 무거운 요리까지 하나씩 만들어봅니다. 중간중간 와인 페어링은 덤이죠. 가감 없는 동료의 뼈 때리는 피드백도 빠지지 않습니다. 초 단위로 메뉴 조리 시간을 측정하고 맛을 봅니다. 접시는 제대로 구비하지 못해서 플레이팅은 엉망진창이지만요.
그래도 꽤 맛있습니다. 시연한 요리 중 탈락한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아아... 우리가 만들었지만 이건 아니야 ;;)
당근 샐러드 : 당근이 지나치게 아삭해... 식초랑 소금에 절여두었는데 숨이 죽지 않네요. 맛도 애매하고요. 안녕
야채 구이 : 맛있지만 덕분에 관리해야 하는 신선 식자재 수가 너무 많아지고... 손님들이 고기 없는 '야채 구이'를 시켜먹을까?
라구 소스 가지 구이 : 라구 소스 미안... 맛있지만 바질 페스토 가지구이에 밀렸어...
당근 샐러드... fail... 다음에 집에서 꼭 해 먹어 봐야지!
다섯 시간에 걸친 요리, 음식&와인 테이스팅. (그러고도 시간이 모자라서 윤사장 집에서 회의를 더 했다는 후문이...) 고민 또 고민을 거쳐 만든 메뉴는 '일곱잔' 와인바에서 맛볼 수 있습니다. 예쁜 접시에 플레이팅까지 하니 꽤 먹음직하죠?
일곱잔 와인바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들
요새도 한 달에 한 가지 정도씩은 메뉴를 개발하고 추가/교체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분위기 맛집'을 넘어 '메뉴 찐 맛집'으로 거듭날 때까지 연구는 계속됩니다. 쭈욱~
그런데 이 시국에... (망할 코로나 ^^) 와인바를 열면 장사가 되길 할까요? (그래도 이땐 일일 확진자가 백명대 수준이었는데ㅠ) 다른 와인바와 차별되는 점이 있어야겠죠. 그래서 준비했다! '일곱 명 사장의 밤' 시리즈! 각자 잘하고 좋아하는 분야를 와인과 접목하여 모임을 만들기로 합니다. 약간 스포를 하자면... 제주도 덕후가 준비한 딱새우 회와 어울리는 와인 마시며 제주도 이야기 하기, 초심자에게도 재밌는 기초 와인 클래스, 클래식 영화에 등장하는 와인 마시기 등... 어떤 모임을 준비하고 있는지 다음 회차에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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